마이쮸도 1000원을 넘기는 시대에 이름도 모를 과자들이 1000원도 안 되는 값에 매대에 널린다는 것은
그 단가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낮은지를 드러내는 흔적이니라
그저 올려두기만 해도 이득이 남는 구조라면 그 물건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는 것이 순리이니라
예컨대 매대에 널린 고추기름에 흥건히 절여진 외설스럽게 생긴 마라곤약을 봐도 알 수 있느니라
곤약이란 수고에 비해 얻을 것이 거의 없는 가공식품의 잔재이거늘
냄새를 걷어내고 색을 맞추고 텍스쳐를 가공하는 모든 과정이 곧 식품공학의 집결체라 할 수 있느니라
그 위에 고추기름을 더한다는 것은 또 다른 시간과 손이 들어간다는 뜻이니라
그냥 고춧가루만 촵촵 뿌리는 것이 아니요
향을 내고 열을 조절하며 마늘과 팔각 정향 기타등등으로 맛을 뽑아내는 과정은 거의 짱뽕과도 같으니라
그리하여 그러한 공이 들어간 식품이 이역만리 바다를 건너와 500원에 팔린다는 사실은
단순한 가성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손과 시간이 얼마나 헐값으로 취급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구조이니라
사람이 비싸면 이런 물건은 세상에 나올 수 없느니라
공정이 복잡하다는 것은 손이 많이 간다는 말이며
그럼에도 싼값에 유통된다는 것은 그 손과 시간이 제대로 된 삭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니라
그러니 묻게 되는 것이니라
이것은 누구의 손에서 나왔느냐
얼마의 임금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느냐
그리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씹고 있는것이느냐
아무래도 그건 비단 향라마라곤약이 아닐 것이니라
어쩌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동과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씹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이니라
무서운 것은 이 제품이 500원이라는 사실이 아니니라
그 500원을 위해 사라진 사람들이며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삼키는 우리의 감각이 굉장히 무뎌졌다는 사실이니라
값이 싸다는 것은 누군가 그 값을 대신 치렀다는 뜻이니라
다만 그 누군가는 우리가 아니었을뿐이니
어찌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씹고 삼키고 잊어 버리는 사람들이 되었느니라
박통시절 불량식품이 5대악이던 시절이 그립구나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