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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빠랑 이혼한지는 꽤 됐어 나 초딩때 했으니까. 최근들어 엄마가 하던 일도 손놓고 못하게 되서 놀게 되니까 (게스트하우스 차리셨는데 어쩌다 무산되고 건물만 덩그러니 방치됨) 돈줄이 막히니까 엄마가 힘들었어. 그래서 기존에 살던 아파트도 월세방으로 내놓고 그랬음.

아빠는 작년 11월쯤부터 뇌졸중으로 수술받고 지금까지 재활 계속 하고 있는데, 나랑 지방에서 같이 살고 있어. 근데 앞으로 일은 못하실 거 같아 내가 보기엔. 그래서 현재 내가 일하며 아빠를 부양하고 있어.

그리고 그 재혼한다는 얘기를 어제 들었음. 상대에 대한 얘기도 처음 들었는데, 1~2년전부터 일 때문에 엄마와 알고 지내던 분이래. 엄마가 힘들때 가장 의지가 된 사람이래. 그 상대분은 건축 하시는 분인데 10몇년전에 아내하고 자식들 외국에 보내고 뒷바라지 하며 기러기 생활 하다가 헤어지셨다나.

아직 직접 뵌 적은 없는데 솔직한 심정으론 당황스러우면서도 뭔가 두려워. 겉으론 태연하게 엄마에게 엄마 좋을대로 하면 된다고, 난 괜찮다고 얘기는 했지만, 엄마가 아빠랑 헤어지고도 10몇년동안 아빠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지금 엄마가 만나는 그 아저씨한테는 미안한데, 오늘 만나서 저녁 먹기로 했지만 왠지 마주하기가 껄끄럽다고 해야되나 두렵다고 해야되나.

듣기론 그 아저씨가 엄마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많이 줬고, 엄마가 어떤 사건으로 진짜 아주 힘들때 도와줬다고 했어. 그리고 엄마쪽 친척분들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래. 집안내에서 나만 몰랐던 거야.

그 아저씨는 국내 굵직한 아파트, 빌딩 공사를 다 도맡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얘기를 들어보면 너무나 잘난 사람이야. 근데, 그렇기에 더 만나면 대하기가 어려울 거 같아. 나에게 있어서 내 아빠는 우리 아빠 한 사람이었거든. 다른 누가 엄마랑 재혼한다는 생각은 상상도 안해봤어.

이건 아빠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래서 고민이 되는게 이 사실을 아빠에게 말해야되나 감춰야 되나 고민이 돼. 그냥 평생 무덤까지 갖고 가야될 일인 것인가. 그렇다고 거짓말 하긴 싫고. 나도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은데.

우리 아빤 평생을 답답하게 남 좋은 일만 하고 남을 굽어살피고 그 점때문에 아내랑도 갈라서고 스트레스로 술 먹고 몸 망쳐서 결국 일도 못하게 됐는데, 아빠 본인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몸이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도 힘들어 하는데 이젠 헤어진 아내가 자기보단 몇배 잘난 다른 남자를 만나서 재혼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나는 일단 엄마가 행복하고 그 분을 사랑하고 그분도 엄마를 사랑한다면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은 해. 애초에 나는 자식이고 그건 애초에 엄마 일이니까. 내가 반대한다고 해도 그건 엄마 자유야.

근데, 지금 돌이켜생각하면 아빠가 너무 안타까운데 한편으론 그와 동시에 좀 분노가 느껴져. 엄마에게가 아니라 아빠에게. 아빠는 일평생 돈이 다가 아니라고 행복이 중요한 거라고 큰소리 쳤는데, 대체 본인의 인생에서 본인이 추구하던 그 행복이라는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아빠가 한게 뭐가 있는지, 난 그게 진지하게 묻고 싶어. 지금 정녕 행복하냐고. 그게 행복이야? 그렇게 아내한테 차이고 스트레스 받아 술만 먹고 적당히 먹으라는 자식의 권고도 무시하고 마시면서 즐긴답시고 살다가 끝내는 병 걸려서 앓아 눕고 평생 재활운동 말고는 일도 뭣도 못하는 몸이 됐어.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보살핌 받고 도움 받으면서 남은 목숨을 연명하는 거야. 전 아내는 다른 자기보다 잘난 남자에게 가버리고. 이게 험한 세상에 약하게 태어난 남자의 숙명인거냐? 어째서 조금이라도 진짜 조금이라도 위기의식을 느껴서 공부던 일이던 열심히 해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으로 살아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그렇게까진 못하더라도 진짜 조금이라도 단 조금이라도 자기자신을 챙기고 어째서 남들에게 이기적일 수가 없었던 것인지 아빠에게 묻고 싶다.

갑자기 진지해져서 일기장에나 쓸 생각과 얘기를 네오에 쓰긴 했는데, 어디에다라도 남한테 안풀면 속이 답답해 썩어문들어질거 같아서 써봤어

네흥이들아 나도 그렇고 님들도 그렇고 하는 일, 할 일들 잘되어서 자기를 챙기면서 주변사람을 챙기면서 강하게 살자. 남에게 의지하는건 좋지만 의존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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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괴디스코 2020.07.25 15:32
    슲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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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욧샤네흥이 2020.07.25 15:52
    생각이 너무 많다. 상냥하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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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모모모 2020.07.25 15:54
    아버님은 네흥이가 잘 챙겨드려야지 머 그럼 책임 하나 덜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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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지터진다 2020.07.25 17:24
    그래 힘들때 말하고 싶은거 있으면 네오에 시원하게 속다털어놔
    네흥이 곁에는 우리가 있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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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네요 2020.07.25 17:39
    넹이 아버지도 그럼 ㅇㅇ 가족보다 남한테 잘해줌. 그거 때문에 살면서 섭섭한점 많았었는데,
    나이드시더니 자연스럽게 가족위주로 바뀌시더라;
    외할아버지가 남위주의 삶이 더 심한데, 말년에 아버지가 외할아버지 돌봐주시더니, 자연히 생각을 고치셨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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