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술에 취한 건지
아니면 피곤에 찌든 건지
긴 머리를 한 소녀가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에 반쯤 누워 벽에 기대어 있다.
밖은 어둡지만 왠지 소녀는 불을 켜지 않고 있다.
소녀는 멍한 표정으로 벽을 바라본다.
벽이 반짝반짝 빛난다. 번개의 섬광은 아니다. 티비의 섬광이다.
조그마한 티비는 조그마한 소녀와 같은 편에서 같은 벽을 본다.
하지만 소녀는 티비를 보지 못하고 단지 그 반짝임만 볼 뿐이다.
소녀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있다.
무슨 고민이 있는지 소녀는 담뱃재만 떨어트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