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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心事)의 재고조사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의외로 나쁜 일을 한다거나 어리석은 일을 하여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평생 공부하여 나쁜 일만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일을 저지르고 그것에 대해 자기 변명을 하며 위안을 삼는다. 혹은 어떤 일을 하면서 나쁘다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믿고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하면 화를 내며 원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다시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때의 행동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인성에는 지혜와 어리석음에 각각 강약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지혜가 금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 자신에게 알맞다고 생각하고 일을 했지만 예상 밖으로 실패를 거듭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 후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패한 사람을 보면 너무나도 어리석고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일을 추진한 사람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실제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은 유동적이므로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 지혜로운 사람도 때로는 실패를 한다.

 

또한 사람이 세우는 계획은 항상 커지게 마련으로 어렵고 쉬운 일이나 크고 작은 일 또는 일의 장단점등을 비교하여 예측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벤저민 프랭클린(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할때 헌법 제정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한 것도 일을 추진하고 나면 그것으로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 말에 일리가 있다. 목수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하거나 옷집에 옷을 맞추어도 십중팔구는 날짜가 늦어진다. 그것은 그들이 일부러 일을 늦게 한 것이 아니라 날짜계산을 치밀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어기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무조건 화를 내며 그 이유를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목수나 옷집 주인들은 그것을 항상 두려워한다. 높으신 분들은 도리를 아는 사람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중 자기가 맡은 일을 과연 제 날짜에 해놓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시골의 서생이 고향을 떠날때 어려움을 극복하고 3년안에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리라고 결심을 하고 떠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든지, 또 어떤 사람은 그렇게 갖기를 원했던 원서를 손에 넣었을때 3개월 내에 다 읽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든지, 뜻을 품은 군자가 정부에 들어가면 정책을 개혁하여 반년 안에 정부를 새롭게 개선하겠다며 거듭 청원서를 제출하여 원하는 일을 맡게 된 뒤 과연 그는 원래 그가 뜻한 바를 이루게 될 것인가. 어떤 가난한 서생이 만금의 돈이 있으면 내일부터 일본 전국 곳곳에 학교를 세워 모든 사람이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후 어떻게 인연이 닿아 재벌상인집안에 양자로 들어가게 되었다면 그 사람은 과연 자신의 그 말을 실행에 옮기겠는가. 그러한 공상들은 끝없이 많다. 그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실현 가능성이나 실천에 옮기기까지의 기간 등을 생각해보지 않고 쉽게 생각한 때문이다.

 

또한 어떤 계획을 세우는 사람 중에 죽을때까지라든가 10년 안에는 성사시키겠다는 사람이 제일 많다. 3년 안에라든가 1년 안에라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며, 한 달 안이라든가 내일 곧 실행에 옮긴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으며, 10년 전 계획을 지금 이루었다는 사람 또한 여태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기한을 길게 잡은 계획은 훌륭한 것같이 보이지만 기한이 다 되어가면 그 계획은 아예 입에 올리지 않게 된다. 그것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와같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 의외로 나쁜 일이 되는 경우도 있고,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한 것도 예상밖으로 어리석은 일이 되어 성사가 안되는 것도 많다. 이러한 것을 막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사업의 성공여부 또는 그것의 득실을 때때로 마음속으로 계산해 보는 것이다. 장사로 말하면 재고조사를 총점검하는 것과 같다.

 

대게 장사를 할 때에 처음부터 손해볼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능력과 원금을 생각해보고, 또한 경기가 좋은가 안좋은가를 따져본 뒤 일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생각대로 진행될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어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한다. 연말이나 월말 정산을 할 때에는 예상대로 이득을 볼 때도 있으나 예상을 빗나가 막대한 손해를 볼 때도 있다. 또한 경기가 좋으므로 이 물건이라면 반드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재고조사를 해보면 예상밖으로 적자를 보는 수도 있다. 그리고 물건을 사들일 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재고가 남아 후회하는 일도 있다. 그러므로 장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그날의 장부를 자세히 기록하고 재고조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도 그와 같다. 인생에 관한 일은 10세 전후의 인심(人心)이 생길때부터 시작된다. 그때부터 지혜라는 사업의 장부를 자세히 기록하여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과거 10년 동안에 어떤 것에서 손해를 보았고 어떤 것에서 이득을 보았는지, 또한 현재 어떤 장사를 하여 번창하고 있는지의 여부, 어떤 물건을 들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팔 것인가 등, 마음의 가게를 잘 점검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놀기를 좋아하는 점원들이 돈을 빼돌리는 일은 없는지, 내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장사를 하여 이익을 볼 수 있겠는지, 또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지 등 모든 면을 일일이 점검해 재고조사를 해보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족한 점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한 두가지 예를 들어보자, 빈곤은 무사들에게 항상 따르게 마련이고 국가를 위해 충성한다며 백성들의 쌀을 축내면서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한 무사들에게 어리석은 점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소총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도검을 사들인 뒤 팔리지 않아 그때서야 후회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학과 한학의 고서만을 연구하고 서양의 새로운 학문을 무시하며 옛것만을 믿고 새로운 것은 의심하는 사람은 여름에 모기장이 잘 팔렸다고 해서 겨울에도 모기장을 사들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학문이 미숙한 서생이 낮은 관리직이라도 찾아 취직이 되고 나서 일생동안 하급관리에만 머무는 것은 거의 다 만든 옷을 저당 잡히는 것과 같다. 지리나 역사에 대한 초보도 모르며 편지를 쓸 줄도 모르는 사람이 고상한 책을 읽는다고 하다가 처음 몇 장을 읽고 금방 다른 새 책을 찾는데, 이것은 원금도 없이 장사를 시작해 그날로 다른 장사로 바꾸는 격이 된다. 그리고 국학과 한학 그리고 양학의 서적 등을 읽고도 세계의 정세를 모르며 자신과 가정의 생계조차 꾸려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판도 준비하지 않은 채 잡화상을 하려는 것과 같다.

 

또한 정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제대로 수양하지 못하는 사람은 옆집의 가계에 대해 조언은 해줄 수 있어도 자신의 집에 도둑이 드는 것은 막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입으로는 유행하는 신지식을 말하지만 그 지식의 뜻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는 사람은 팔 물건의 이름만 알 뿐 가격을 모르는 사람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적지 않다. 그 원인은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기 몸의 상태에 아무런 주의도 하지 않고 그저 생각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했는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점검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장사는 잘되고 있는지를 점검하여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장부의 총점검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한 뒤 나아갈 방향을 확실히 하는 것은 지혜의 사업에서의 재고조사이다.

 

 

feat 후쿠자와 유키치

  • profile
    ネオラボの哲学者 2021.07.27 10:37
    오랜만에 네오에 좋은 글이 올라왔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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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7 11:40
    몬 내용이랴?
  • profile
    나나뷰지 2021.07.27 12:22
    계획과 그 점검을 재고조사에 빗댄 게 인상적이네..
    1. 세상은 유동적이므로 예측하기 어렵다
    2.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나 기간을 치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곱씹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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