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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소차의 소음도 짹짹충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았던 고즈넉한 새벽녘의 방 구석에서

 

적적하게 새어나오는 정부지원 컴퓨터의 불빛 아래 조그만 네흥소리만 들려왔다.

 

운영진이 일반 유저보다 많은것 같지만, 내게도 허락 될 수 있었던 유일한 소통의 창구에서

 

오늘이 종말인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될 대로 돼도 좋을거야, 구차하고 쓸쓸하게 맞이하는 고요속 나 혼자만의 종말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할 수 있는 종말이니까 말이야. 

 

문득 어떤 종말이 나를 그리고 네흥이들을 맞이할지 궁금해 졌다.

 

하지만 문 밖으로 나가지 않은 지 6년이 넘어가는 한낱 네망이의 머리로는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의 실타래를 끌어안은 채로 딱딱한 바닥위에 누워 생각했다.

 

이불 사이로 비집고 스며들어오는 냉기가 머리를 적셔 준다.

 

이내 아침해가 떠올라 대지를 밝혀오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 저기서 수도 소리가 들려오고, 그 사이에 임대 아파트 현관문을 여닫는 소리가 섞여 온다.

 

 

 

비좁은 창문 밖으로 머리를 치켜들어 보니

 

주말임에도 출근을 하려 모여드는 파란색 옷을 입은 남자들과

 

짐보따리를 유모차에 싣고 돌아다니는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같이 모여 돌아다닌게 보인다.

 

휴일에도 살기위해 저마다의 일터로 무심하게 떠나는 사람들

 

 

 

밝은 빛을 보니 현기증이 몸을 감싼다.

 

무겁디 무거웠던 눈꺼풀을 지탱하던 눈꼬리에 힘을 풀고나니 세상이 어둡게 바뀌었다.

 

다시금 냉기가 도는 이불 속으로 몸을 맡겼다.

 

종말의 날 치고는 퍽 시시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2.

꿈을 꾸었다. 학창시설 때의 내 모습이었다. 같은 교실을 쓰던 그들은 저마다의 옷을 빼 입고 

 

저마다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다 자란 어른들사이에 물려받은 교복을 입은 학창시설 때의

 

내가 앉아 있었다. 아무 성장도 하지 못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아무것도.. 아닌..

 

등허리에 소름이 돋아온다.

 

 

 

눈을 떴다. 창 밖을 보니 해질녁이 되어 있었다. 

 

통근 버스가 줄지어 있고 그 속에서 피곤에 절은듯한 파란옷의 남자들이 몸을 내린다.

 

동내 버스에서 할머니들은 그들의 유모차를 몸에 들고선 위태롭게 몸을 내린다.

 

하루의 끝을 바라보며 하루의 시작을 맞이한다.

 

 

 

다른이의 종말의 끝을 바라보며 내 종말의 시작을 맞이한다.

 

컴퓨터의 전원을 넣으니 하드 긁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기다리길 몇 분.. 윈ㅡ도 7의 파란 시작 화면이 나를 맞이해 준다.

 

본체에서 따스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 준다.

 

 

 

그 와중에 자괴감또한 나를 맞이 했다.. 

 

매일 마주치는 내 삶이 종말과 같고 이 인생을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밖에 안드는데

 

종말이 따로 온다는게 우스웠다. 내 비루한 꼬라지를 계속 쳐다 보느니 죽는게 났다 생각했다.

 

이제서야 어젯밤 실타래가 살짝 풀린 기분이다.

 

 

 

신경질 적으로 윈ㅡ도 7의 전원을 껐다.

 

그 대신 비좁은 윈ㅡ도를 열고 몸을 그 속에 넣었다.

 

몸이 붕 뜬 기분을 느끼며 나는 중력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맞이 했다. 종말의 종말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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