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짜임세있고 세련된 미쟝센을 듬뿍 바른 예술영화라는건 느껴지는데 별로 감동은 없구나
구조는 탄탄하고 장면 하나하나엔 강박이 느껴질정도로 치밀함이 녹아있지만
그 예리함이 오히려 감동을 밀어내는듯하구나
가족의 붕괴와 비탄 광기 악마적 현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정작 감정은 얼음처럼 꽁꽁 얼어있고 나는 이입이 아니라 감상만 하게 되는구나
모든 장면이 너무 완벽해서 파멸조차 걍 연출된 파멸처럼 보이고
고통조차 멀끔하게 재단되어 있어서 감정보단 감탄이 먼저 나오는구나
마치 기분 나쁜 명작 그림을 보고 오오 명작답군 이라는 가벼운 감상을 내리는 기분이랄까
강박적이고 치밀한 짜임새만 보이게 되고 정작 본론인 공포나 불쾌감은 뒷전이 되어버렸다는게 아이러니하구나
오히려 나는 90년대 캠코더로 찍은듯한 조악한 cg로 대충 찍어낸 귀신이 나오는 파운드푸티지 형식의
저주받은 비디오 시리즈에 더 흥미를 느낄것같구나
난잡함과 무절제함에서 나오는 '제발 무서워해주세요ㅠㅠ' 하는 양해가 느껴질 정도로
비참한 호러에서 느껴지는 인간미 같은게 더 맘에 드는걸까?
귀신 분장한 수염난 아저씨가 우아악! 하며 달려오는 망작의 집념에서 더 공포를 느끼는지도 모르겠구나
다음 영화는 뭘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