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7 11:14

[단편] 제목없음

조회 수 39 댓글 3
5db5bfc324a47f46ec19964478379735.jpeg : [단편] 제목없음
“안녕?”


“엉?”


“넌 이름이 뭐니?”


“이름? 그게 뭔데?”


“이름 말이야 이름. 아참, 내 이름은 아이작! 이 산 밑에 있는 근처 마을에서 살고 있어.”


“..."


“숲을 헤매다가 어쩌다 엉뚱한 길로 빠져서 이곳에 오게 됐는데, 혹시 밑의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아니?”


“길은 알아.”


“그래? 그럼, 이따 가르쳐 줄 수 있어?”


“길? 뭐 어렵진 않지.”


“진짜?? 다행이다~. 안그래도 길을 잃고 헤매다가 마을로 못돌아가면 어쩌나 싶었거든~. 아참, 이름이 뭐라고 했지?”


“...”


(소년이 웃는 얼굴로 응시하고 있다)


“몰라. 그런거.”


“자기 이름을 모른다고?”


“그래.”


“에에?? 진짜??”


“...”


“넌 새처럼 등뒤에 날개가 달려있네?”


“이거? 뭐, 그렇지. 거추장스럽지만.”


“날 수 있니?”


“못 날아.”


“왜?”


“그야 새가 아니니까.”


“그럼 걸을 수 있니?”


“걸을 수는 있지”


“걸을 수는 있어? 결국 넌 사람이니?”


“아니, 넌 내가 사람처럼 보여?”


“나랑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걸 보면 꼭 마치 사람 같은데. 아니니?”


“생긴 걸 보면 알다시피 난 사람은 아니야.”


“그럼 여우니?”


“여우도 아니야.”


“흐음... 그럼, 내가 너를 뭐라고 불러줘야 좋겠니?”


“뭐...?”


“너를 뭐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보통 날개가 있고 하늘을 날며 살아가는 새를 사람들은 다들 그냥 새라고 부르잖아? 땅을 걸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부르고. 여우는 여우라고 부르고. 너한텐 새나 여우나 사람처럼 너를 불러줄만한 별다른 말이 따로 없니?”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동쪽 땅에 살던 사람들은 다들 나를 '용'이라고 부르던데.”


“용? 그렇구나~. 그럼 용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니?”


“뭐 상관은 없는데... 그럼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이 헷갈려 할 거야.”


“헷갈려 해? 왜? 서쪽 사람들은 너를 다르게 불러?”


“서쪽 땅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나를 '드래곤'이라고 부르거든.”


“드래곤??”


“그래.”


“호오~. 뭔가 '용'보다 더 멋있는데?? 그럼, 그냥 드래곤이라고 불러도 되겠니?”


“...마음대로 해.”


“그래? 그럼... 드래곤!”


“엉?”


“하하핫! 드래곤! 드래곤!”


“뭘 자꾸 불러.”


“넌 참 특이하구나! 드래곤!”


“...난 너가 더 특이해.”


“엥? 나? 내가 왜 특이해?”


“사람이라는 것들은 보통 나를 보면 무서워서 도망가기 바쁘거든. 넌 내가 안무서워?”


“무서워? 왜?”


(빤히)


“...사람들은 다들 너처럼 그리 단순하지가 않아.”


“뭐?? 그 말은 설마... 내가 바보같다는 뜻이니?”


“바보? 뭐, 그렇다면 그런 셈인가…”


“에에! 너무해! 처음 만나자마자 그렇게 심한 말을! 너까지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거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너를 바보라고 부르나봐?”


“그게... 응... 다들 그렇게들 불러…”


“맞아, 너는 바보야. ...핫.”


“어?? 방금 웃은 거야?”


“글쎄.”


“드래곤!”


“엉?”


“난 언제나 마을에서 다른 어른이나 아이들한테 바보라고 무시당했어. 오늘도 마을 애들한테 나는 산꼭대기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무시당해서 금방 올라갔다가 내려오겠다고 으스댔다가 보기좋게 길을 잃어버렸고.”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더이상 바보 취급 당하지 않도록 넌 꼭 나한테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안내해서 내가 무사히 마을로 돌아가도록 해줘야 돼! 알겠니?”


“너는 바보에다 제멋대로이기까지 하구나.”


“에에! 어째서?!”


“말로 하는 거면 몰라도 안내까지는 못해줘. 넌 내가 지금 이 덩치로 너를 안내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그야…”


“만약 내가 너를 안내해주다가 마을안으로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다들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어? 분명 다들 무서워할 거야. 넌 그러길 바라는 거야?”


“흐음…”


“내가 여기서 이러고만 있는 건 괜한 이유가 아니야.”


“그러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당연하지.”


“그럼, 앞으로도 쭉 이곳에 있을 거니?”


“글쎄. 사람들이 나를 발견해서 내쫓지만 않는다면 계속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그럼, 드래곤!”


“어엉?”


“길은 그냥 알려주기만 하고 안내까진 안해줘도 돼. 그 대신, 내일부터 내가 매일 여기에 와도 되겠니?”


“뭐어? 어째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얼렁뚱땅 니 맘대로 정하지 말아줄래.”


“어차피 이곳에서 혼자 지내봤자 그다지 할 일이 없는 거 아니야?”


“할 일이 왜 없어. 낮에는 낮잠도 자야 되지, 밤에는 별도 새야되지.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난 언제 온다고는 아직 얘기 안했는데?”


“아무튼 난 바빠서 그건 곤란해.”


“그러니.... 난 사실 마을에서 있을 곳이 없어서 그래.”


“엉? 그게 무슨 말이야. 마을에서 왔다며. 그럼 그냥 마을로 돌아가서 있으면 되잖아.”


“난 마을에서도 늘 바보 소리를 듣는 애야. 매일 멍하다, 딴 생각 한다 해서 마을의 어느 누구도 나한테 일을 맡기려 하지 않아.”


“......”


“일을 맡아도 남의 얘기가 들리지 않는지 나도 모르게 계속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그래. 내 생각엔, 난 그 마을에서 살고 있는 건 맞지만 꼭 마치 죽은 것처럼 있을 곳이 없는 것 같아.”


“그러냐. 하지만 넌 살아있는데?”


“어째서? 다들 나를 깔보고 무시하고 나한텐 아무런 일도 맡기지 않고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는데도?”


“그럼 넌 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냐?”


“엥? 너? 살아있잖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째서냐니, 그야... 나랑 이렇게 얘기도 나누고 있고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리고... 숨도 쉬고 있고…”


“그 말대로야. 난 살아있어. 하지만 나도 너처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


“...”


“나도 원래는 내 주변에 나랑 비슷하게 생긴 드래곤들이 있었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난 그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왔어. 왜라고 생각해?”


“글쎄.”


“다른 드래곤들은 다 자기보다 강한 뭔가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나거나 해서 뿔뿔히 흩어졌어. 그리고 이곳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된 거야.”


“......”


“결국 나도 너랑 같아. 원래 있어야 할 곳을 잃어버리고 뭔가로부터 쫓기고 도망다니고 도망다니다 결국 이 외진 숲속에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눌러 앉은 거야.”


“......”



“나라고 해서 다를까? 너나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까? 새라고 해서 다를까? 여우라고 해서 다를까? 결국 다 똑같아. 다들 원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다니지만 사실은 그냥 다 떠돌이나 다름없어.”



“......그럼, 난 그 마을로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기 싫어. 더는 바보라고 무시당하는게 무서워.”



“돌아가고 안 돌아가고는 니 마음이지만 넌 결국 일단은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거야.”






계속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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