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까지 가는 길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분명 밤바람은 차갑고 내 발끝은 시리겠죠

편의점 아저씨는 졸다가 벨소리에 눈을 뜰 거예요

나는 라일락 한 갑과 터보라이터를 사요

싼 거는 바람이 불면 불이 잘 안 붙을 것 같아서요

벤치에 앉아 담뱃갑을 열고 담배 한 개비를 들어 냄새를 맡아요

퀘퀘한 것 같으면서도 구수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필터를 입에 물고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여요

이 때 나의 정신은 불끝을 향하죠

불이 붙을 때까지 숨을 크게 들이쉬어요

폐까지 찬바람이 들이차는 것처럼 가슴이 아려와요

연기를 내뱉으니 머리가 약간 어지럽네요

입 안에선 비닐맛이 감도는 것 같네요

손가락은 니코틴 때문에 끈적거리는 것 같아요

냄새를 맡으면 분명 담배연기 냄새가 나겠죠

사실 저는 아직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았어요

아니 사실은 그냥 담배 피우는 상상만 한 거예요

이미 담배 피울 때의 쾌감, 고통, 자괴감을 느꼈으니 담배를 피운 거나 마찬가지예요

어쩌면 그냥 담배인 상태일지도 몰라요..

인터냇 사기친 그 십새기에 대한 화가 조금 풀린 것도 같네요

그 사람에 대한 화도 담배 같은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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