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스턴.”
“예?”
“지금부터 저쪽 동쪽으로 가, 곧장. 그리고, 저 끝에서 쿤타를 만나는 거야.”
“나무랑 수풀이 우거진 곳이 나오고, 닦여진 길이 없어지고, 더이상 다다를 곳이 없어질 것 같아도, 참고 또 참으면서, 멈추지 말고 가는 거야, 곧장. 가는 것을 절대로 중도에 멈추거나 포기하거나 주저앉거나 하지 말아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그럼, 쿤츠 선생님은…….”
“난 여기까지야.”
“네?”
“난 말이지? 때로는 철따라 숲에서 살고 때로는 철따라 강에서 헤엄치고, 때로는 나를 쫓으려고 다가오는 횃불에도, 때로는 빗발치는 화살에도, 피하고 또 피하고, 또 도망치면서 살아왔어. 때로는 동생 보는 앞에서 좀도둑짓을 하려고 마음먹은 못난 형이 될 뻔 한 적도 있었고, 때로는 나를 괴롭혀오던 이들을 마술법으로 혼내주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근데 말이지? 나를 위협하고 옥죄어오는 세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와중에 느끼게 된 게 있어.”
“어떻게든 동생인 쿤타랑 살아남기 위해, 크고 작은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입에 발린 말로 높으신 어르신 분들께 아첨하고, 그럴 때마다 그런 내 자신과 세상이 너무나도 밉고 혐오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렇게나마라도 세상을 살아보면서 느낀게 있어.”
“윈스턴, 그 어떤 아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어떤 아이도 질문하거나 집중하지 않는 수업시간이 끝나고나면, 넌 언제나 항상 다른 어떤 아이들보다도 가장 먼저 나에게 달려와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었지?”
“그게 모르는 글자였든, 크고작은 질문이었든, 언제나 넌 눈을 빛내며 나한테 질문해왔어.”
“윈스턴, 모든 생물은 언젠가는, 이 땅에든 저 땅에든 언젠가는 결국 파묻혀. 바다에 뿌려져도, 공기중에 흩어져도, 결국엔 어차피 이 땅 아래로 스며들게 될 거야.”
“그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도대체 산다는 것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산다는 것엔 아무런 의미나 가치가 없잖아? 어차피 죽으면 모든게 전부 다 땅 아래로 파묻혀져 흙이되어 돌아갈텐데? 어차피 한 번 땅아래에 파묻히고 나면 모든 존재가 다 영원히 없어질텐데?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야.’라고.”
“하지만 있지, 윈스턴? 실은 결코 그렇지 않아.”
“그 생물이 살아생전 움직였을때 했던 그 행동의 자취, 그 물음의 자취는 영원히 이 세상 속에 남게 돼.”
“윈스턴, 네가 멸망한 제국의 이야기를 눈을 빛내며 좋아라하고 궁금해했듯이, 국경 너머에는 뭐가 있느냐고 나한테 묻고 궁금해했듯이, 네가 궁금해했던 그런 무수한 질문들은, 한번 던져지고 나면 결국 이 세상을 돌고 돌아 누군가에게로,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이어져.”
“때로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풀릴 때도 있어, 때로는 풀리지 않을 때도 있어, 때로는 질문 자체가 잊혀질 때도 있어. 하지만, 결국 어디론가, 누군가에게로 계승되어 이어지고 이어지지. 결코 영원히 잊혀지거나 없어지지는 않아.”
“선생님…….”
“질문을 멈추지 마, 윈스턴.”
“궁금해해. 계속 궁금해하고 궁금해해서, 세상속에 질문을 던지는 거야.”
“거짓말로 때로는 상처 주고, 때로는 상처 받고, 때로는 실패에 좌절하고 때로는 절망해도, 반드시 행동하고 또 행동해서, 살아남고 또 끝까지 살아남는 거야.”
“저는…….”
“어서 동쪽으로 가, 윈스턴! 망설일 시간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