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8_165737.jpg : 점심을 먹으면 졸리다



아침에 항상 챙기는 베지밀 2포가 점심이다

챙기지 않았을땐 굶는데 점심때는 그 공복이 크게 괴롭지않다

식곤증으로 밀려드는 수마를 감당하는것이 더 괴롭기 때문이다

오늘은 점심을 챙기는것을 잊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끼니를 거르려는데

같이 근무하던 귀찮고 상대하기 피곤하고 성가신 아저씨에게 점심은 챙겨먹어야지 하며

등을 떠밀려 억지로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된거 오랫만에 기분이나 낼까 싶어 가장 가까운곳에 식당을 찍어보니 자장면집이 나왔다

간단하게 자장으로 때우려고 2km를 달려 도착한곳은 텅빈 폐허였고

애먼 카카오네비를 원망하고 멋적게 뒷목을 긁으며 행선지를 바꾸려는데

근처에 더 허름해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동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행색의 비루한 노인 한팀이 있었고

삶에 찌들어 초췌해보이는 인상의 아줌마께 인사를 건내자 눈도 마주치지않고 인원을 물었다


메뉴는 많았지만 1인은 선택권이 없었고 아쉬운대로 백반이나 주죠 병신처럼 부탁할뿐이었다

구성은 미지근한 밥

들깨가루에 무친 고사리

고춧가루로 양념한 노각

애호박무침

말라비틀어진 멸치볶음

냄새나는 표고줄기

초장과 브로콜리

콩나물무침

맛없는 짠지

가자미튀김

애호박과 바지락 그리고 두부가 조금 들어간 허여멀건한 된장국

9천원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구성인지라 먹다보면 뒤늦게라도 제육볶음 몇조각 내주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밥알을 공들여 천천히 씹어 삼키어도 추가 구성은 나오지 않았다

대충 찬을 비우고 국그릇의 바지락 건더기나 뒤적거리니 뒤늦게 노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젓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은뒤 계산을 하고 식당앞에서 고춧가루가 섞인 침을 한번 뱉어냈다

근무지로 돌아오니 딱히 몇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감정들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커피 한잔으론 견뎌내기 힘든 수마가 찾아올 예정만이 남았다

점심을 먹으면 졸리다





글리젠 어제 36 오늘 7 새 글 평균 1시간 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143 왜 재밌냐 이거 4 file 나나뷰지 2024.09.01 63 0
211142 이벤트 아이디어좀 2 file 제로코카콜라 2024.09.01 53 0
211141 이벤트 생각한 건 있었는데 못했다 10 file 제로코카콜라 2024.09.01 57 0
211140 베티는 도구가 아니에요 3 file 어린이 2024.09.01 49 0
211139 [이벤트] 네흥문학 저장용mk.2 15 file 나나뷰지 2024.09.01 353 1
211138 흠... 2 file 어린이 2024.09.01 50 0
» 점심을 먹으면 졸리다 3 file 노인은무엇을찾고있었나 2024.09.01 49 1
211136 성공적 네흥 6 file 망고발 2024.09.01 48 0
211135 일어나라 1 file 장래희망:슬라임 2024.09.01 50 0
211134 낙엽 같은 인생 장래희망:슬라임 2024.09.01 71 0
211133 네흥이들이 목욕해야하는이유 1 제로코카콜라 2024.09.01 60 0
211132 윽 좀만 참아... 2 file 아쿠아따응스키다욧 2024.09.01 53 0
211131 베스트 [이벤트] 치피치피 차파차파(방송클립) 6 file 망고발 2024.09.01 405 5
211130 굿모닝 252일차 1 file 아쿠아따응스키다욧 2024.09.01 58 0
211129 찐따 고백하는법 1 네흥갈끄니까! 2024.09.01 52 0
211128 뚜쉬 2 망고발 2024.09.01 50 0
211127 뭐 잠자는 미녀가있다고? 1 네흥갈끄니까! 2024.09.01 55 0
211126 방송 켜놓고 자네 ㅋㅋㅋㅋ 2 file 아쿠아따응스키다욧 2024.09.01 68 0
211125 스텔라 덕복기 시킷다 2 망고발 2024.09.01 39 0
211124 자다 깼다 6 망고발 2024.09.01 52 1
목록
검색
Board Pagination Prev 638 639 640 641 642 643 644 645 646 647 Nex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