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항상 챙기는 베지밀 2포가 점심이다
챙기지 않았을땐 굶는데 점심때는 그 공복이 크게 괴롭지않다
식곤증으로 밀려드는 수마를 감당하는것이 더 괴롭기 때문이다
오늘은 점심을 챙기는것을 잊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끼니를 거르려는데
같이 근무하던 귀찮고 상대하기 피곤하고 성가신 아저씨에게 점심은 챙겨먹어야지 하며
등을 떠밀려 억지로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된거 오랫만에 기분이나 낼까 싶어 가장 가까운곳에 식당을 찍어보니 자장면집이 나왔다
간단하게 자장으로 때우려고 2km를 달려 도착한곳은 텅빈 폐허였고
애먼 카카오네비를 원망하고 멋적게 뒷목을 긁으며 행선지를 바꾸려는데
근처에 더 허름해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동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행색의 비루한 노인 한팀이 있었고
삶에 찌들어 초췌해보이는 인상의 아줌마께 인사를 건내자 눈도 마주치지않고 인원을 물었다
메뉴는 많았지만 1인은 선택권이 없었고 아쉬운대로 백반이나 주죠 병신처럼 부탁할뿐이었다
구성은 미지근한 밥
들깨가루에 무친 고사리
고춧가루로 양념한 노각
애호박무침
말라비틀어진 멸치볶음
냄새나는 표고줄기
초장과 브로콜리
콩나물무침
맛없는 짠지
가자미튀김
애호박과 바지락 그리고 두부가 조금 들어간 허여멀건한 된장국
9천원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구성인지라 먹다보면 뒤늦게라도 제육볶음 몇조각 내주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으나
밥알을 공들여 천천히 씹어 삼키어도 추가 구성은 나오지 않았다
대충 찬을 비우고 국그릇의 바지락 건더기나 뒤적거리니 뒤늦게 노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나는 젓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은뒤 계산을 하고 식당앞에서 고춧가루가 섞인 침을 한번 뱉어냈다
근무지로 돌아오니 딱히 몇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든 감정들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커피 한잔으론 견뎌내기 힘든 수마가 찾아올 예정만이 남았다
점심을 먹으면 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