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png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

 

 

 


글리젠 어제 18 오늘 26 새 글 평균 31.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8838 어릴때 뭣 모르고 재밋게 봣는데 2 아잇야발 2024.03.16 26 0
198837 난 편육 먹었는대 1 file 멘헤라 2024.03.16 35 2
198836 마른오징어가 돈육포에 대항해서야 되겠냐? 3 file 아잇야발 2024.03.16 26 0
198835 하 야간등산 실패해서 빡치노 1 여신의승리 2024.03.16 25 0
198834 네흥안주 3 file 네흥신 2024.03.16 27 0
198833 초라한 야식 1 file 아잇야발 2024.03.16 29 0
198832 콜라 신메뉴 + 딸기 바나나 밀키스 맛 리뷰 4 file 네흥신 2024.03.16 28 0
198831 3 file 나나뷰지 2024.03.16 38 0
198830 실패햇다 2 file 여신의승리 2024.03.16 29 0
198829 금붕어광선 신곡 3 file 사랑은자다가죽는것처럼 2024.03.16 40 0
198828 야 탑 뽀삐누가 키웠냐 2 네흥갈끄니까! 2024.03.16 20 0
198827 이거 네흥 굿즈ㅋㅋ 1 file 네흥신 2024.03.16 22 0
198826 와 진짜 존나 맛있껬땅 ㅋㅋㅋㅋ 2 file 네흥신 2024.03.16 22 0
198825 네흥이는 또 속았습니다 2 file 아냐 2024.03.16 39 0
198824 딱 22만원만 빌리고싶다 2 file 멘헤라 2024.03.16 29 0
198823 밥묵고 왓다 4 file 넨네흥 2024.03.16 25 0
198822 경악)팀쿡한테 대가리가 깨져버린 새끼 9 file 카스밍 2024.03.16 24 0
198821 개꼴리네 진짜 누나 나도 ㅏㄸ먹어졍 2 file 네흥신 2024.03.16 29 0
198820 프리렌 마지막화 먼 얘기 나올라나 2 file 어린이 2024.03.16 27 0
198819 심심해서 쓰는 내가 2023~2024년에 써본 모든 모바일 기기 리뷰 2 file 멘헤라 2024.03.16 31 0
목록
검색
Board Pagination Prev 1242 1243 1244 1245 1246 1247 1248 1249 1250 1251 Nex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