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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아홉.

 

 

 

나름 20대 초반부터 여러 일을 해왔지만 나는 어떤 직장을 다녀도 어떤 일을 시작해도 오래가지 못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나 서점에서 손님 응대하는 일을 시작하든, 제조업 공장에서 공장 일을 시작하든, 기계를 고치는 일을 시작하든, 자격증을 갖추고 공사현장에서 전선 시공하는 일을 시작하든, 시작은 잘 했으나 뭐든지 금방 때려치기 일수였다. 정직원으로 시작해도 길어야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번번히 때려친 이유야 나름 있긴 했지만. 일일이 설명할만한 이유도 못 된다.

 

 

 

상사나 사수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불쾌해서라든지 일의 노동강도가 너무 힘들어서라든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라든지.

 

 

 

누구는 20대 내내 취업이 힘들거나 못한다고들 하던데…… 나는 취업을 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취업을 해도 이후에 일을 지속하는 것이 힘들었다.

 

 

 

누구나 다 만족할만한 직장이나 업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하고 세상에는 앞서말한 것들과 같은 불만사항들이 있음에도 꿋꿋이 참고 견디며 직장이나 업무에 꾸준히 잘 적응하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듣는 이에 따라서는 굉장히 한심한,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들릴런지는 모르겠다. 물론 들어주는 사람도 없지만.

 

 

 

아무튼 나 역시 때려치는 직장 수가 늘어감에 따라 점점 문제는 외부보다는 내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면 가질수록,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상황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좀 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버티기는 커녕, 나 자신은 문제를 점점 더 무시하고 점점 더 주변에 계속해서 벽을 쌓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이내 경력 하나 변변한 게 없는 나를 써주는 곳도 불러주는 곳도 거의 없게 되어버렸다.

 

 

 

당연히 이런 나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반응과 시선은 곱지 못했다.

 

 

 

네가 나이가 몇인데 그러냐’ ‘현실을 직시해라’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그런 소리를 들어도 나는 주변에 벽을 쌓고 도망치는 것을 반복했고.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결국 나는, 두평 남짓 되는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힌 우리집 골방 안에 박히게 되었다.

 

 

 

***

 

 

 

마지막 직장을 때려치고 온지 얼마 안되는 날 오후 3시쯤.

 

 

 

두평짜리 방안 침대 위에서 나는, 천장을 바라본 채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누워 있었다.

 

 

 

창문이 있긴 하지만 하루종일 블라인드를 쳐놓은 채여서 햇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기에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침대 바로 옆 책상 위 스탠드 불도, 천장 위에 달린 전등 불도, 어느 것 하나 켜놓지 않은 상태였기에 깜깜한 방 안에서는 내가 킨 스마트폰 불빛만이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

 

 

 

그런데, 아까 전부터 음악소리 말고 누군가가 잠겨있는 방문 밖에서 뭐라뭐라 떠드는 소리가 섞여 들어오고 있어서 시끄러웠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방해되는구만. 음악 듣고 있는데…….

 

 

 

──×××──×××──××───×××──×──××──××…….

 

 

 

그 소리는, 여자가 울면서 뭔가 뭐라뭐라 떠드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사람 목소리로 추정되는 그 잡소리는 이내 격앙된 듯 그 크기가 점점 고조되었다.

 

 

 

───××──×××────!!

 

 

 

그리고, 곧이어 쾅! ! 하고 잠겨있던 방문을 뭔가로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일 것이다.

 

 

 

거 참 시끄럽네. 뭐 하는 거지?

 

 

 

참다못한 나는 잠시 귀에서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봤다.

 

 

 

……엄마는……너 때문에……정말 미치겠어………

 

 

 

그 목소리는, 그렇게 흐느끼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

 

 

 

, 그냥 뭐라 떠들든지 말든지 냅두자……. 저러다 그만두겠지.

 

 

 

나는 또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 볼륨 소리를 좀 더 크게 키우고 침대옆 벽 쪽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리고 더는 그 소리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도 이런 나를 어찌해야 될지 몰라서 미치겠다고요…… 오죽하겠냐고.”

 

 

 

최근에 때려친 직장은 계약직이긴 했지만 봉급도 업무환경에도 불만은 없었다. 직속 상사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몇 주 쯤 다니다 그만 때려치기로 했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이유는 일 할 때 계속 일 말고 다른 생각을 한다고 상사한테서 꾸지람을 들어서였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은 것도 덤. 그래서, 그만뒀다.

 

 

 

솔직히 꾸지람이 아니라 팩트폭력 그 자체였다.

 

 

 

세상엔 여러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물론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집중이라는 것을 하지 못 한다. 언제나 일 이외에 딴 생각을 하거나 멍때리기 일쑤다.

 

 

 

그럼 일 이외에 어떤 딴 생각을 하는가 하면…… 부끄럽지만 주로 공상(空想)들이다.

 

 

 

벌일 수도, 벌어지지도 않을 말도 안되는 상상들.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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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막 즉흥적으로 쓰다가 다시 읽고 갑자기 현웃 터졌네

씨발 이건 소설이 아니라 내 얘기잖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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