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미 역의 쿠로사와 토모요 씨가 극약을 쓰지 않고도 이렇게 구심력이 있는 작품은 드물다고 말씀하셨는데 스킵과 로퍼는 어떤 생각으로 떠올린 작품인가요?
타카마츠 미사키
좀처럼 장기 연재가 확정되지 않아서 헤매던 시기, 처음에는 청년지니까 뭔가 한 가지 직업에 포커스를 맞춰 본다거나 특이한 설정이나 능력이 있다거나 후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억지로 쥐어 짜낸 아이디어로는 역시 통과되지 않았죠. 그러는 사이에 순정만화는 어떨까 하는 말이 나왔어요. 순정만화는 연애를 축으로 삼는 동시에 명확한 골이 없는 스쿨 라이프가 베이스인 작품이 많아서 다른 요소가 돌출되어 있지 않더라도 성립하죠. 그런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미츠미와 시마 군 차밍한 두사람의 탄생 배경은요?
타카마츠 미사키
헤매던 시기에 역사물 노선도 모색했는데 그 때 시바 료타로 씨의 세키가하라를 읽었어요. 거기에 묘사되어 있는 이시다 미츠나리와 시마 사콘의 관계가 귀여웠어요. 머리가 좋지만 이론만 빠삭하고 실전에 약하고 서툰 미츠나리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받쳐주는 사콘. 실은 그게 미츠미와 시마 군의 바탕이 됐습니다...
! 이름에도 흔적이 많이 남아 있네요.
타카마츠 미사키
네, 거의 그대로입니다.(웃음)
한편으로 두 사람을 둘러 싼 동급생들의 군상극 측면으로도 섬세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타카마츠 미사키
군상극이 된 이유는 대학 시절 교생 실습을 간 경험이 큽니다.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을 돌아보면 무의식적으로 카스트라고 해야 할까, 장르 나누기 같은 것을 해서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실습으로 중학교에 갔을 때 그런 부분도 평등하게 볼 수 있었죠. 속성과 관계 없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아이도 있고, 옛날에는 무섭다고 생각했던 타입의 아이도 귀엽게 느껴졌어요. 장르 나누기 같은 건 관계가 없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죠. 그 때 겁먹지 말고 말을 걸어 봤다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이 작품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카는 포지션도 절묘합니다.
타카마츠 미사키
미카 같은 타입의 아이는 이쪽에서 문을 닫아버리면 겨누고 있는 총을 계속 겨눈 채로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되면 미카의 귀여운 일면을 평생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그건 참 아까웠죠. 이런 아이가 무기를 내려 놓으면 어떤 느낌일까?하는 식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애니 제작 현장에도 많이 참석하셨다면서요.
타카마츠 미사키
네 회의나 애프레코처럼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전부 참가했습니다. 의견을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애니화는 인생에 한번 뿐일지도 모르니까 가까이서 봐두고 싶었어요.(웃음) 고향(토야마)에 기반을 둔 P.A.works란 점도 좋았고 감독 님이나 스튜디오의 직원 분들이 작품을 엄청 아껴주셔서 원작자 입장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좋아한다고 해도 향하는 방향이 달라지는 일도 집단 작업이면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작품이 수수하니까 러브 코미디 색을 더 진하게 만들자거나 그런 연출도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했거든요. 근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어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에 부탁 드린 점은 여러 타입의 아이들이 나오는 작품이니까 각각의 당사자가 필사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조롱하거나 누군가의 인격을 폄하하는 일은 없도록 부탁 드렸습니다. 젠더도 다양한 사람이 있는 법이지 하는 사실을 평범하게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 부분도 과장하는 일 없이 공통 인식으로 조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것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팀이었군요.
타카마츠 미사키
맞아요. 등장인물들 마음 속의 사소한 발견이나 변화를 정성을 들여서 캐치해 주셨습니다. 그에 더해서 애니, 영상으로서의 연출이 근사했어요. 만화에서는 슬쩍 지나가는 대사가 없는 컷이었던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어 주기도 하시고요.
입학식을 향해서 미츠미와 시마 군이 달려가는 1화의 장면은 시마 군이 왜 미츠미가 신경 쓰였는가 하는 점을 대사로 설명하는 일 없이 소리와 타이밍으로 표현해 주셔서 감동했습니다. 정말 멋진 팀입니다. 그러니까 최종화까지 데이터는 이미 받았는데, 보면 끝이구나 생각하니 아직 볼 수가 없어요...여러분과 함께 마지막화를 기대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