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일본에서 한국 돌아온 날 우리 누나가 집에 놀러옴
놀러오더니 심심한가본지 불 다 꺼서 캄캄한 내 방에 눌러앉더니
내 방 책장을 뒤지다가 한 책을 발견해서 꺼냄
"이게 뭐야?"
그러면서 나한테 그 책을 보여주는데,
성경처럼 생긴 검은가죽 표지의 사전인데 펴보진 않았음.
내가 "궁금하면 펴보지 왜 굳이 나한테 보여줘?" 하니까
"니 꺼니까 그래도 허락은 맡아야지 않나 싶어서" 하더라
그래서 내가 함 펴보라고 하니까
사전은 아니고 검은색 볼펜똥 흔적이 덕지덕지 가득하게 영어가 막 적혀있는데
첫장부터 휘리릭 마지막장까지 넘겨보니까
첫장부터 A로 시작하는 단어, 마지막장까지 Z로 시작하는 단어가 적혀있음.
근데 사전이면 단어 뜻으로 글자가 빼곡할텐데 이 책은 그냥 첫글자가 대문자인 단어들만 쫘르륵 적혀있음
뭔가 기분 나빠서 다시 책장에 꽂아두고 누나 놔두고 방 나감.
그리고 얼마 있다가 내 방에서 누나가 안나오길래 다시 방쪽으로 가서 방안을 쳐다봄
근데, 누나가 아까 전 책장에 꽂은 그 검은가죽의 책을 꺼내서 계속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임
그래서 내가 "아 왜 자꾸 그걸 붙들고 보고 있어ㅡㅡ" 하고 방안에 들어와서 책 붙잡고 누나 내 뒤로 밀쳐서 패대기침
그리고 책 다시 꽂고 나가려는데...
이상하게 방안이 넓은듯한 느낌이 듦
기존의 내 방이랑 구조는 똑같음
근데 방 불이 꺼져있어서 그런가?
방문으로 하얀 거실불이 길게 새어나오고 있는데
내가 있는 방구석 책장 앞으로부터 방문까지 거리가 아득히 멀리 떨어진 듯한 느낌임
근데 내가 뒤로 패대기친 누나는 그 아득히 떨어진 내 방문앞쪽 침대에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동작인 채로 침대쪽에 얼굴을 향한채로 몸이 굳어있음
그래서 내가 조금 걱정되서 "왜 그래." 함
근데 그렇게 그 자세로 굳어있던 누나가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내 쪽을 바라봤는데
얼굴이 괴사되서 일그러져 있음
그러더니 네크로모프처럼 누나 몸이 갈가리 찢기더니
나한테 달려듦
난 비로소 악몽이라는걸 깨닫고 발버둥 치는데
몸은 가위에 눌린듯 안움직여지고
그 찢긴 괴물 누나는 내 코 앞까지 눈에 검은자는 없고 흰자만 드러난 누나 얼굴을 덜렁덜렁 거리면서 내 코앞까지 팔을 뻗치며 다가옴
제발 깨라 제발 깨라 제발 깨라 하는데
그 흰자눈의 덜렁거리는 누나 얼굴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을때
그 찢긴 괴물 누나가 다가오는 속도가 슬로우모션처럼 느려짐
그래서 진짜 있는 힘을 쥐어짜서 가위에서 풀리려고 양팔에 힘을 실어서
찢긴 괴물 누나를 밀치려고 존나 쎄게 팔을 휘저음
몇번을 팔을 휘적거린 끝에 그 흰자눈의 괴물누나의 얼굴하고 몸체가 사라지고
꿈에서 깬 나는
팔을 허공에 으어어으어어!!! 하면서 휘적거리고 있었음
진짜 존나 무서웠다
진짜로 역대급으로 무서웠는데
내 필력도 필력인데 이건 글이나 엉성한 그림으로도 묘사가 불가능함
실사로 된 꿈이라서
오늘 잠 다 잤네 시발꺼
또 꿀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