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본 글이랑 아무 관련 없음 -ㅁ-)
어느 한 반골의 러브코미디 – 프롤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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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은 살면서 뻔하디 뻔한 식상한 전개에 질려서 파격적인 전개, 결말의 이야기를 상상 해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예를 들자면, 가령……
집으로 가는 길에 자주 다니던 길을 걷던 중 일부러 먼 길로 빠져서 돌아서 갔다던가?
아니, 아니지…….
우수한 OO대에 진학하기를 기대하는 학부모와 선생에게 빅엿을 먹이고자 일부러 XX대에 원서를 넣었다던가?
아니, 아니야…….
‘슈퍼마리오’에서 마리오가 구하러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피치공주를 눈 앞에 두고서 갑자기 난데없이 마리오가 쿠파와의 싸움을 거부하고 뒤를 돌아서 성을 빠져나갔다던가?
흠…….
뭐가 되었든 간에.
사도적인 전개, 결말이라면 무난당연한 왕도적인 전개와 결말을 좋아하는 이 세상 대부분의 왕도파들에게서 비웃음 받기에 딱 좋을 것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무난당연한 대세에 따르는 전개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반골 기질이 이루어낸 기적적 전개. ‘세계(世界)’라는 소프트웨어 상에서 일어난 일종의 ‘소스코드 에러(Error)’.
뻔하디 뻔한 매뉴얼대로의 고리타분한 전개의 시나리오에 열광하는 이 시대의 틀에 박힌 왕도파 닝겐(人間)들에게 과감하게 날리는, 일종의 ‘엿(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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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6시 정각이 가까워지고 있는 저녁.
해는 이미 떨어진지 오래고, 연말인 때문인지 코로나 시국임에도 카페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카페의 좌석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사람들로 만석.
가게의 종업원들은 카운터 뒤에서 분주하게 우왕좌왕 움직이면서 음료를 만들 거나, 손님을 응대하거나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가게 한 쪽 귀퉁이에 위치한 테이블의 벽쪽 자리에 앉아서, 멀찍이에 위치한 카운터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는……
“여기는 일하고 있을 때랑 그렇지 않을 때랑 분위기가 완전 다른 거 같지 않나요?”
조그만 어깨까지 딱 내려오는, 찰랑찰랑 웨이브펌을 준 세미롱 헤어.
“일할 때는 그렇게 정신 없어서 주위를 돌아볼 틈도 없는데 말이에요.”
수수해보이던 평소보다 오늘은 살짝이지만 더 기합을 준 듯한 메이크업.
“근데 쉬는 날 같은 때 이렇게 와서 가게 안을 둘러보면 평소때도 이렇게 손님이 많았나 싶기도 해요.”
목까지 살짝 올라오는 옅은 핑크색상의 니트 옷을 입은 앳되어 보이는 그녀가 있다.
“그렇지 않나요?”
아까전부터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나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있는 그녀는…….
“예준 오빠……?”
예전부터 나를 좋아해왔다…….
“저기──, 오빠? 듣고 계세요?”
내가 자기 얘기를 흘려듣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물으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한 점의 미동도 없이 여전히 쭉 멀찍이에 위치한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시선을 그녀가 아닌 다른 쪽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곧 내가 시선을 두고 있는 쪽으로 쭈뼛쭈뼛 조심스럽게 고개를 틀었다.
나와 그녀가 시선을 둔 곳에는……
그녀와 비슷하게 웨이브 펌을 준 비슷한 기장의 찰랑찰랑한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묶은 여자애가 카운터 앞에서 손님들을 웃는 얼굴로 응대하고 있다.
“…………”
그리고 방금전까지만 해도 내게 열띠게 말을 걸고 있었던 그녀는…… 곧 입을 다물었다.
정색하고는…… 이내 풀이 죽은 듯한 얼굴이 되어서는 테이블 아래쪽으로 푹 고개를 떨궜다.
자신의 발 밑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듯 하다.
이후 나와 그녀 둘 사이엔 얼마간인지 몇분동안 정적 상태가 유지됐다…….
왁자지껄 떠드는 가게 안의 사람들……
분주하게 카운터 안을 돌아다니는 점원들……
그리고 점원들 사이에서 유난히도 돋보이는 화사한 모습의 여자애가 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얼마간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곧 나는 시선을 정면쪽으로 돌렸다…….
그곳을 보니……
어깨까지 오는 찰랑찰랑한 웨이브 펌을 준 세미롱 머리를 한 앳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것 같은 얼굴로 땅바닥으로 풀이 죽은 듯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는게 보였다.
계속되는 정적……
─────그리고.
“참 뭐같지 않냐……?”
마침내 그 정적을 깬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
방금까지만 해도 풀이 죽은 듯 새침한 얼굴로 곧 왈칵 눈물을 쏟을 것 같던 그녀가.
갑작스레 먼저 정적을 깨버린 내게 놀랐는지 이쪽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기업 입사 면접에서 몇번이나 낙방한 취준생이 술자리에서 절친한 친구에게 푸념을 하는 듯한 말투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쟤한테 호의를 내비쳐도…… 내가 쟤를 100시간을 쳐다본다면 쟤는 나를 1분이라도 쳐다보나……? 나는 맨날 쟤한테 호의적으로 대하는데……. 아무런 보답도 없고…… 인생이라는게 참 뭐같아~, 그치?”
연이은 나의 푸념에 그저 벙찐 얼굴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나는 다시금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테이블 위로 올린 팔로 턱을 괴고서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음 다 알고도 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여자 뒷꽁무니만 쫓아다니는척 하면서 떠보는 나나…… 쟤나…… 진짜 쓰레기야~. 그치?”
그리고……
“이런 나라도 계속 좋아해줄 거야? 대답해 봐…….”
나의 돌발 질문에 당황했는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어한이벙벙한 눈 앞의 그녀에게……
나는 다시금 정면으로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까놓고 말해서…… 사실 쟤 진짜로 밥맛에 별로고 자꾸 나한테 말붙이고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네가 좋은데…….”
그리고…… 그렇게 내 말이 끝나자 그녀는……
한동안 놀란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곧 두 손으로 입가를 틀어막고는……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얼굴이 붉어져서는……
어디에다 둬야 될지 난처한 듯 시선을 좌우로 이리저리 굴리다가……
다시 아래쪽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때, 다시 내 쪽을 보고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는……
눈가에서 난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네!”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채로 웃으며…… 그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