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png

 

 

─────────────
 
 
늘 생각하곤 한다.
 
 
반내의 몇 반반한 놈들이 어리숙해보이는 친구에게 주전부리를 사오라고 시키고
 
 
복도 속 인파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쳐가는 그 애를 볼 때면
 
 
늘 생각하곤 한다.
 
 
‘너는 생존을 건 필사적인 싸움을 하고 있구나’
 
 
하고.
 
 
누군가가 이미 섭취하고 버린 무언가가 담긴 쓰레기봉투
 
 
그 속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집는 고양이를 볼 때면
 
 
늘 생각하곤 한다.
 
 
‘너 역시 생존을 건 필사적인 싸움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늘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고 어김없이
 
 
어둑한 도시 속 골목길을 걷다 보면 보게 되는
 
 
싸늘하게 죽은 그 고양이의 시체를 볼 때면
 
 
늘 생각하곤 한다.
 
 
‘이 추악한 세상을 없애 버리고 싶다’
 
 
하고.
 
 
─────────────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말이야. 나는 네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곳은 교무실.
 
 
점심시간인데도 아직까지도채 깎지 않은 덥수룩한 턱수염을 매만지며 담임선생이 골치가 아픈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는 그렇게 말했다.
 
 
“너는 조용하긴 해도, 성적도 곧잘 나오는 편인데다 다른 애들이 귀찮아 하는 청소도 맡기면 곧잘 하는 편이었잖냐? 그래서 막연하게 그냥저냥 성실한 놈이라고만 생각해왔었어.”
 
 
그러고는 담임선생은 씁쓸한 표정으로 오른쪽 교탁위에 올려져 있던 종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나에게 물었다.
 
 
“근데, 여기에 써있는 거. 정말로 진심으로 하는 말인 거냐? 대답해봐라. ‘성호’야. ”
 
 
교탁 위에 있던 종이를 한 손으로 들어보이며 대답을 재촉하는 선생.
 
 
“……문제 있습니까?”
 
 
그런 선생의 면전에 나는 태연자약한 얼굴로 그 한마디를 돌려줬다.
 
 
그 순간, 나의 그 대답을 듣고 얼이 빠졌는지 입을 떡 벌린 채로 한동안 정지해 있던 선생은 이내 눈을 질끈 감고선 그 큼지막한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는 또 한 번 한숨을 푹 쉬었다.
 
 
그것은 마치, 이 세상 모든 골칫거리를 자신이 떠안게 되어 절규하는 모습 같았다.
 
 
선생은 그 얼굴을 가리고 그렇게 절규하는 포즈인 채로 몸이 굳은지 한동안 얼마 있다가, 이내 진정이 됐는지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성호야. 솔직히 말하자면 일단 나는 이 글에서 너의 그 표현력에 놀랐다. 필력 자체만 놓고 보자면 너는 우리반 뿐만 아니라 전교 입상 아니, 아예 지금부터 프로로 데뷔를 해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나는 네 글을 읽으면서 정말로 번뜩이는 듯한 뭔가를 느꼈어.”
 
 
뭐지, 이건.
 
 
왠 칭찬……?
 
 
나는 내게 갑작스런 칭찬을 늘어놓는 선생의 그 재잘거리는 입주위의 움직임을 가만히 응시했다.
 
 
퍼펙트. 그뤠잇. 언빌리버블. 어나더레벨. 지져스크라이시스(?)
 
 
진심인지 의아할 정도로 그는 내 글에 관해 다 듣기에도 피곤할 정도로 과분한 찬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쯤 지났을까.
 
 
“하지만 말이다. 이걸 그대로 낼 수는 없어.”
 
 
 “……”
 
 
“고쳐 와.”
 
 
그리고는 피곤한 듯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면서 선생은 손에 든 종이를 내 눈 앞에 척하고 건냈다.
 
 
결국, 나는 그가 건넨 그것을 받아들었고
 
 
그대로 교무실을 나왔다.

 

 

 

 

 

 

 

제목은 일단 즉흥소설이라서 일단 무제라고 올렷는데 어떰?

  • profile
    뇌병변 2021.12.29 00:52
    31점
  • profile
    네흥조이고 2021.12.29 00:55
    붸에 몇점만점에?
  • profile
    크리미 2021.12.29 01:45
    25/100
  • profile
    나나뷰지 2021.12.29 01:54
    왠 ㅡ> 웬
    주제가 뭐임? 일단 서사를 좀 더 풀어나갔으면 좋겠음. 감추고 있는건 많은데 내용 자체가 적음. 어두운 느낌인건 알겠는데 성호가 뭘 썼다는 거? 늘 생각하곤 한다는 반복구 내의 문장? 마지막에 고쳐오라고 한 것 보면 외부의 요구로 글을 썼다 ㅡ 글의 내용은 훌륭하나 성호의 기이한 내면이 드러난다 ㅡ 교사가 성호의 평소 행실을 논평한다 까지가 순서같은데, 무엇을 위한 글이고 어떤 글을 써야 평소 행실이 트집잡히는 지를 알 수가 없음. 독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뭐라고 할 수도 없을거같음
  • profile
    네흥조이고 2021.12.29 08:29
    오이오이 아직 프롤로그라고..!!
  • profile
    네흥조이고 2021.12.29 08:29
    왠 웬은 쓰임에 따라 다르지 않나
  • profile
    나나뷰지 2021.12.29 01:55
    글은 정말 잘 읽었음. 네오에 글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음
  • profile
    김겨울 2021.12.29 07:54
    머야 나도 글 많이 써~
  • profile
    김겨울 2021.12.29 07:55
    1화치곤 먼가 넘 짧게 끝낫당

글리젠 어제 106 오늘 78 새 글 평균 11.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976 피임약 먹고 싶다 2 우마무스메우마이 2022.01.31 10 0
119975 아 꼴리네ㅋㅅㅋ 8 file 네흥쿤 2022.01.31 31 0
119974 이거 구냥보면 그냥 귀여운디 3 캬루 2022.01.31 8 0
119973 ㅋㅋㅋㅋㅋ기럅다 1 캬루 2022.01.31 8 0
119972 삭제된 게시글입니다. 4 익명_8f23dd 2022.01.31 17 0
119971 집이 왤케 져용하지 1 file 캬루 2022.01.31 14 0
119970 그러고보니 3 우마무스메우마이 2022.01.31 3 0
119969 넹이인나써 1 file 캬루 2022.01.31 5 0
119968 새해 복 많이 드세요 file 우마무스메우마이 2022.01.31 10 0
119967 설날에는 물을 많이 드시지 마세요 6 file 우마무스메우마이 2022.01.31 13 2
119966 귀여운 호두 2 file 2022올해는네흥 2022.01.31 34 0
119965 해피 해등절~ 3 file 녹?차 2022.01.31 9 1
119964 인싸들이 호랑수월가는 언제 가져갔냐 6 acalmar 2022.01.31 53 0
119963 후나도 헬로독 해봐야딩 3 file 네흥쿤 2022.01.31 34 0
119962 절판된 책 어디서 사면 좋냐 9 나나뷰지 2022.01.31 14 0
119961 넹이 주말에 쉬는사이 과관길드에 신입 겁나 늘었음; 9 도태넹이 2022.01.31 13 0
119960 헬로톡하고 스시녀에 환멸느낌 20 file 도태넹이 2022.01.31 841 0
119959 출근 네흥... 1 file 네흥쿤 2022.01.31 22 0
119958 와 무섭가 1 우마무스메우마이 2022.01.31 10 0
119957 이몸 배고프니 네흥을 대령하여라! 2 file 캬루 2022.01.31 15 0
목록
검색
Board Pagination Prev 4290 4291 4292 4293 4294 4295 4296 4297 4298 4299 Nex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