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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밑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 뜻은 하늘이 사람을 만들었을때 누구에게나 똑같은 지위를 부여했으므로 태어났을때부터 상하귀천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심신의 활동에 의해 천지간에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고 자유로이 생활하며, 서로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각자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가도록 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간세계를 널리 살펴보면, 현명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리석은 사람도 있으며, 가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유한 사람도 있고, 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한 사람도 있다. 그러한 현상이 천차만별인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 이유는 아주 명백하다. 옛 중국 경서를 바탕으로 쓴 '실어교'에서는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지혜를 얻을 수 없으며 지혜가 없는 사람은 어리석다고 쓰여져 있다. 그러므로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배움의 유무에 달려있는 것이다. 또한 이 세상에는 어려운 일도 있고 간단한 일도 있다.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은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고 한다. 정신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어렵고 손과 발을 사용하는 육체적인 일은 쉽다. 그러므로 의사나 학자, 정부의 관리, 또는 큰 비즈니스(장사)를 하는 상인, 많은 가신을 거느리는 부농민들은 신분이 중하고 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신분이 높고 귀하면 자연히 그 집안이 부유해진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오직 그 사람에게 학문의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긴 차이일 뿐 태어날때부터 하늘이 정해준 것이 아니다. 속담에 "하늘은 부귀를 인간 자체에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에 부여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앞에서도 말한 것 처럼 사람에게 태어날때 부터 빈부귀천의 구별은 없다. 오로지 학문을 열심히 닦아서 사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귀한 사람이 되고 부자가 되며, 무학(無學)인 사람은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된다.



 



학문이란 그저 어려운 글자를 알고 어려운 고전을 읽으며 시를 즐기고 짓는 등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와 같은 문학도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므로 편리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옛날의 유학자나 국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우러러보며 존경할 만한 것은 못 된다. 옛부터 한학자들 중에 집안의 생계를 잘 꾸려가는 사람이 적었으며, 시를 잘 짓는 사람 중에 장사를 잘하는 상인도 드물었다. 그런 이유로 뜻있는 상인이나 백성은 자식이 학문에 열중하는 것을 보면 나중에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배웠던 학문이 실생활과 동떨어져서 일상생활에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그러한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학문은 이차적인 것으로 돌리고, 오로지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은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학(實學)이다. 예를 들면 글자를 익히고 편지 쓸 때의 문장을 쓰는 법, 회계를 하는 법, 저울질 하는 법(측정을 하는 법) 등을 배워야 한다. 그런 다음에도 배울 것이 아주 많다. 지리학이란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풍토를 알 수 있는 지침서이다. 물리학이란 천지만물의 성질을 파악하고 그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역사란 연대기(年代記)를 상세하게 적은 것으로 여러 나라의 내력에 대해 조사한 기록이다. 경제학이란 한 집안의 경제로부터 천하의 경제까지 설명한 것이다. 수신학(修身學, 도덕이랑 비슷함)이란 올바르게 처신하는 법을 배워서 사람들과 교제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에 관해 서술한 책이다. 이러한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서양의 번역서를 일단 조사하고 대개는 나이가 어려도 학문에 재주가 있으면 서양말을 배우도록 하며, 어떠한 과목이나 어떠한 학문이라도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한다. 어떤 일이라도 그 자체에 의거해야 하며, 어떤 사물일지라도 그 사물에 의거하여 그것의 도리를 파악하여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학으로 인간이면 상하귀천 없이 누구나 쌓아야 할 소양임을 알아야 한다. 이 점을 알고 가업(家業)을 꾸려나감으로써 '일신(一身)독립'하고 '일가(一家)독립'하여 '일국(一國)독립'해야 한다.



 



학문을 할 때에는 본분을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에게도 얽매어 있지 않으며 어른이 된 남자는 남자로서, 그리고 어른이 된 여자는 여자로서 서로가 다 자유로운 몸인 것이다. 그러나 자유롭다고 하더라도 자기의 본분을 모르면 멋대로 방종하게 된다. 본분이란 하늘의 도리를 따르고 인간의 정에 따르며 다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자유와 방종의 차이는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가 안하는가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이라고 해서 그것으로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해도 자기의 자유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의 방탕은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어 결국 세상 풍속을 어지럽히고 교육적으로도 방해가 된다. 그러므로 비록 방탕하며 쓴 돈이 그 사람 자신의 것이라고 해도 그 죄를 용서하면 안된다.



 



(중략)



 



학문이란 그 폭이 넓어 무형의 학문이 있는가 하면 유형의 학문도 있다. 수신학, 윤리학 같은 심학(心學)과 신학(神學)과 성리학 등은 형태가 없는 학문이다. 천문학, 지리학, 물리학, 화학 등은 형태가 있는 학문이다. 모두 다 지식과 견문의 영역을 넓히고 사물의 도리를 부녑ㄹ하며 인간으로서의 직분을 아는데 목적이 있다. 지식과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는 남의 의견을 듣고, 스스로 궁리하며 서적도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문자를 읽을 줄 알아야 하지만 옛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오직 문자를 읽는 것만을 가지고 학문을 한다고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문자는 학문을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집을 짓는데 망치나 톱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것들은 건축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인데 그 도구의 이름은 들어 알고 있으나 집을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은 목수라고 할 수 없다. 그와 같이 문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사물의 도리를 분별할 줄 모르는 사람은 학자라고 할 수 없다. 이른바 『논어』를 읽고도 『논어』를 모른다는 말은 곧 이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는 달달 암기하고 있어도 요즘의 쌀값의 시세를 모른다면 그 사람은 경제의 학문에는 어두운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서오경이나 고전사서 등의 내용은 깊이 이해하고 있지만 장사하는 법을 몰라서 거래를 할 줄 모른다면 그 사람은 회계의 학문에 있어서는 어두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학비를 들이며 수년간 고생한 끝에 서양학을 공부하고도 자신의 생계를 꾸려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는 학문에 어둡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다만 글자를 옮겨 적어 팔아먹는 것에 불과하며 오직 밥만 축내는 사람과 다를바 없다. 나라를 위해서는 무용지물이고 경제에 방해가 되는 식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도 학문이고, 회계도 학문이며, 시대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도 학문이다. 단지 국학과 외국의 책을 읽기만 하는 행위 자체 가지고는 학문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의 제목을 '학문의 권장'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결코 글자만 읽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 쓰여있는 내용은 서양의 많은 책을 읽고서 또는 그 문장들을 직역하기도 하고 의역을 하기도 하여 유형의 학문이나 무형의 학문, 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을 서술해 학문의 취지를 알리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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