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마 하야토.
그것이 저놈들의 대장 격인 녀석의 이름이다. 축구부 에이스이자 차기부장 후보. 오래 보고 있기에 유쾌한 녀석은 아니다.
뭐 흔히들 말하는 똥폼계 미남이다. 뭐야, 너 지금 나 무시하냐?
"으음, 오늘은 무리야. 축구부 연습도 있고."
"하루 정돈 상관없잖아? 오늘 말야, 배스킨에서 더블을 싸게 판다구우~. 나아 초코라든가 쇼콜라 더블이 먹고 싶은뎅~."
"그거 둘 다 초코잖아(웃음)."
"뭐야아, 전~혀 다르거덩? 그보다 배고파 죽겠고오."
그렇게 툴툴거리는 인간이 바로 하야마의 파트너 미우라 유미코.
금색 롤빵 머리에 "너, 오이란(에도시대의 고급 기녀)이냐?"라고 묻고 싶어지는, 어깨까지 드러낼 기세로 과감히 풀어헤친 교복. 치마는 아예 "그거 입어봐야 의미가 있냐?"란 생각이 들 정도로 짧다.
미우라도 얼굴은 오목조목 예쁘장하지만 그 과격한 차림새와 무식해보이는 행동거지 탓에 개인적으로는 비호감이다. 아니, 사실은 그냥 순수하게 무섭다. 잘못했다간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잖아.
그러나 하야마에게는 미우라가 공포의 대상이 아닌지, 하는 짓으로만 봐서는 도리어 쾌활하고 죽이 잘 맞는 상대로 인식하는 눈치다. 이래서 카스트가 높은 남자들의 머릿속은 도통 알 수가 없다니까. 저 여자, 아무리 봐도 상대가 하야마니까 살갑게 구는 것 뿐이잖아. 나였으면 콧김 한 방에 살해당할 수준.
하긴 나하고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관계로 말을 섞을 일도 없으니 상관없지만.
하야마와 미우라는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중이었다.
"미안한데 오늘은 봐주라."
하야마가 분위기 전환을 꾀하듯 딱 잘라 거절했다. 미우라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본다. 그러자 하야마가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우리들, 올해는 진심으로 국립을 노리고 있으니까."
뭐? 국립?
"푸훗......."
발작적으로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나 참, 뭔가 근사한 대사를 쳐버렸단 분위기를 풀풀 풍겨대는 게 정말이지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