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할머니가 신내림 받았었다
어렸을 적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한 건 그 당시 그냥저냥 잘 지내다가 아파지시더니
어디 산에 가서 촛불에 불 붙이고 다니면서
징 같은 걸 치시면서 주문 같은 걸 외우셨다
내가 그 곳에 왜 따라갔는지 잘 모르겠으나
가족들 다 갔던 걸로 기억하고
서늘한 파란빛이 멤도는 새벽녘이거나 헤질녘이었던 거 같아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빠르게 두들기는 그 시끄러운 징 소리를 들으며
산을 구경하며 다녔던 게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할머니댁 집 한켠엔 사당같은 게 생겼고
흔히들 아는 무슨장군님 무슨 동자 이런 그림이 걸렸다
또 그 후로도 그 징 같은 거 자주 두들기시며 기도하셨다
몸이 좋아지셨는지는 모르나
그 때의 나는 혹시 나도 신내림같은 거 받아야하면 어떡하지
내 평범한 일상을 포기해야하나? 같은 불안감이 적잖이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고
난 결국
네흥신내림을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