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0.09.08 22:03

테넷 1회차 리뷰(스포)

조회 수 516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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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인버전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있는 블록버스터야. 보통 블록버스터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야. 그것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거지. 이번 영화인 테넷 역시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 하지만 처음 보고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아. 이해하는데 필요한 장면들을 빠짐없이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그 장면들이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친절함이 없어서 그렇기도 해.

 

영화가 난해하게 된 데에는 나는 두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어. 첫번째는 시간역행이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플롯을 이해하게 어렵게 만든다는거야. 아이디어 자체가 어렵다는 것. 두번째는 놀란이 일반적인 블록버스터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는거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대신, 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향을 택한거야. 아이디어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하고 스토리에 욱여넣은거지. 그렇게 해서 아이디어에 대한 충실함이라는 장점은 얻었지만, 오락 영화로서의 대중성의 부족이라는 단점도 얻은거지.

 

또 한가지 문제점이라면 악당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 왜 악당이 그렇게 틈을 잘 내어주는지 모르겠어. 특히 알고리즘 시간협공장면이 그래. 적 집단이 보이지도 않고 적 화력이 그리 강해보이지도 않아. 그래서 긴박감보다는 그저 단체로 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

 

영화에 나오는 인버전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사례로서 설명하는게 가장 나은 것 같아. 아래는 내가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올린 '시간협공'의 예야. 아니, 시간협동쇼핑이라고 할까.

 

회전문이 있는 쇼핑몰이 있다. 쇼핑몰에 들어가서 잠시 가만히 있으면 산소마스크를 쓴 누군가가 뒷걸음질로 나에게 다가온다. 내가 카트를 끌고다니면 그 사람이 내 카트에 사고싶은 물건을 넣어준다. 장을 다 보고나서 나는 뒷걸음질하는 그 사람을 따라 회전문으로 들어간다. 회전문에서 나온 나는 카트를 잡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난다. 나는 그를 따라다니며 카트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서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카트가 비면 나는 다시 회전문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나온다. 기다리고 있으면 두명의 내가 장을 다 봐준다음 사라진다. 계산을 하고 나온다.

 

하지만 위 사례로 인버전의 특징을 모두 알 수는 없어. 책상 위의 인버전된 총알을 시간이 역행하는 시점에서 집어 던지는 시늉을 해서 손으로 가져오는 이 흥미로운 장면을 생각해보자. 이 총알은 역주행중이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알고있는 정보가 적어. 이 정보의 부족이 중요해. 그래서 사실 내가 시늉을 해도 얘가 내 손에 잡힐지 아닐지는 알 수가 없지. 이 총알이 내 손에 잡힐지를 내가 알 수 있으려면 위의 시간협동쇼핑처럼 내가 모든 사건을 계획하거나, 아니면 정보가 없더라도 인버전들을 포함해서 모든 사건이 어떤식으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해. 이러한 정보의 부족이 영화 속 인버전이 개입된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적대관계에 있고 바닥에 인버전상태의 총이 있어. 두 사람이 바닥의 총을 향해 동시에 시간을 역행하는 시점에서 집어던지는 시늉을 해. 두 사람은 인버전된 총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 총이 그대로 바닥에 있을지, 아니면 둘 중 한명의 손에 들어갈지 알 수 없어. 그런데 만약 둘 중 한명이 이 시점 이후에 인버전된 누군가와 만나기로 계획했었다고 하자. 그러면 바닥에 있던 총은 이 사람의 손으로 날아갈 가능성이 높아. 왜냐하면 그 총은 아마 인버전된 자의 손에 들린다음 그 자의 뒷걸음질로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니까.

 

사실 1회차라서 영화 장면을 다 기억하지 못해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전부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를 처음 보고 나올때까지 혼란스러웠던 개념이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정리되고, 그를 통해 영화 속 사건을 차례차례 이해하는 과정이 재미있긴 했어. 하지만 불친절한 영화인건 분명해. 영화관에서 나오고 나서야 협박장소에서의 인버전, 그리고 공항에서 다시 시간을 정주행하게 된 것을 겨우 이해했을 정도니.

 

그런데 이제 무슨 상관이야.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여러가지로 상상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어.

  • profile
    相原さん 2020.09.09 09:04
    인셉션이랑 좀 비슷한것 같긴 하네
    나중에 한번 봐보긴 해야겠다
  • profile
    스무무무무 2020.09.09 15:00
    이해하려 하지마 그냥 느껴
  • profile
    스칼렛 2020.09.10 19:40
    나 제목 잘 못 보고 테뎃 마망~ 말할 뻔 했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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